카페와 스테이가 젊은 건축가들에게 일종의 문화적 기회가 된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공간적 특이성이 매출로 연결되는 구조이다 보니, 건축가에게 다른 용도의 건축물에 비해 많은 자유가 주어진다. 그 기회를 잘 활용한 건축가들 가운데 고영성과 이성범이 이끄는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는 단연 돋보이는 성과를 보여준다.
일상이 아니라 이벤트적 시간을 위한 건물인 스테이의 특징이 이러한 시도를 반복할 수 있게 했고, 이렇게 연마된 언어는 다시 일상을 위한 공간인 주택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주어진 대지를 다양한 형태의 매스로 점유하고 담장으로 가로지르며 건물 안팎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다채롭게 편집해낸다. 마치 기차의 발명이 차창을 흐르는 풍경을 바라보는 새로운 스크린으로 만들었듯이, 포머티브가 세심하게 조직한 기하학적 프레임은 평범한 귤밭도 ‘밭멍’하고 싶은 화폭의 풍경으로 만들며 농어촌의 경관을 다시 보게 만든다.
"건축은 결국 드러내는 일이다. (...) 우리에게 드러냄이란 건축의 방향을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사회와 건축을 어떻게 연결할지 질문하는 일이다. 그 해법은 다양하며 여러 상호작용 속에서 관계를 맺는다. 비일상과 일상의 경계에 건축을 놓는 것, 물질적인 표현 질서를 만드는 것, 단순함과 복잡함 사이에서 조율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드러냄의 해법이다."
근린생활시설만큼 건축가의 의지를 드러내기 어려운 건물이 있을까요. 자본을 쫓는 우리 도시에서 경제 논리와 법적인 조건을 만족시키다 보면 건축가에게 남는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동시에 현재 우리의 일상을 채우고 가로경관을 만드는 지배적인 건물이라는 점에서 건축가에게는 피할 수 없는 유형이죠. 이러한 상황에 건축가는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까요? ‘트리플릿 코드’라는 건축적 적층 코드 조합 방식을 활용한 김동진+로디자인의 이문, 신사, 상수 연작을 소개합니다. 임동우 교수는 이들을 어떻게 분석할까요?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집 다음으로 가까운 공간은 학교 설계실이 아닐까. 건축학도들은 설계실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다. ‘공간’을 공부하는 학생에게 설계실은 창작의 고민에 시달리는 장소임과 동시에 모든 일상이 이루어지는 공간인 셈이다. 서로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인 18기 학생기자 네 명은 각자 소속된 대학의 설계실을 현황을 살펴보고, 재학생들과 인터뷰를 통해 삶과 밀접하게 맞닿는 설계실 생활기와, 사용자로서 느끼는 팬데믹 전후 공간의 변화, 그리고 보다 나은 환경에 대한 바람을 들어보았다.
지방이 소멸한다. 통계가 이를 명백히 예견한다. 위기에 직면한 중소도시는 대도시와 확연히 다른 변이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소도시포럼은 도시·건축계가 현상을 명확히 인식하고 대안을 찾을 때라고 말한다. 이번 호를 시작으로 이들이 발견한 중소도시의 면면을 격월로 살펴볼 것이다. 그 출발선에서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윤곽을 그려본다.
건축과 사진이 만나면? 건축가와 사진가가 함께하는 사무소 콜라브웍스를 소개합니다. 콜라브웍스는 건축과 사진이라는 두 매체로 여러 프로젝트를 해왔는데요. 지금은 뉴욕의 후기 산업지역 변화를 기록하는 건축사진 프로젝트 '낯섬'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설계를 위주로 하는 사무소와는 사뭇 결이 다른 콜라브웍스의 최수희, 권보준 공동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