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들 하고 계신가요? (워들러라면) 매일 같은 단어로 시작하시나요, 아님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다른 단어를 넣으시나요? 저는 한동안 ADIEU로 시작하다가 요즘은 매일 떠오르는 단어를 넣곤 합니다. 그런데 자꾸 SPACE가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더라고요. 아무래도 자주 보는 글자다 보니😅 어떤 날은 푸시식 웃으면서 BRACE, BUILD 같은 단어들을 일부러 사용해 보기도 합니다. 건축인에게 익숙한 5자리 영단어 또 무엇이 있을까요? 언젠가 SPACE가 진짜 짠하고 등장해서 첫 줄에 빙고! 외쳐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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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설계 Archihood W×Y
전라남도 영광의 백수해안도로에 위치한 보리는 해안도로를 따라 우뚝 솟은 인근의 건물들과 달리 자동차 도로보다 낮게, 경사진 언덕 아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해안가에 건설되는 건축물'에 대한 법적 규제 안에서 대지에 건물을 앉힐 수 있는 한정적인 위치를 고민한 결과입니다. 바다 가까이, 절벽 쪽에는 건물을 세울 수 없었고, 도로 근처의 낮은 땅에 건물을 자리하게 한 결과, 가까이로는 보리밭을, 멀리로는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건축가는 "아무리 바다 전망이 좋은 곳이라도 바다만 주구장창 보고 있으면 지겹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해요. 앞에 있는 들판, 보리밭을 돌아다니는 사람들, 농사짓는 모습, 그 너머의 바다를 같이 감상하면서 이곳을 더욱 풍성하게 경험하길 바랐다고 합니다. 건축가의 설계의도에 관한 더욱 풍부한 이야기는 링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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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x4
설계 소보건축사사무소
가파른 경사지에 자리한 대지는 언덕의 북사면에 개발되어 북쪽으로는 독바위가 멋지게 내다보이지만, 남측 면으로 위 대지가 자리 잡고 있어 채광과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채광 면과 조망 면이 서로 거꾸로 자리 잡은 것이죠. 건축가는 고민 끝에 ‘오히려 모든 면을 대등하게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북사면 언덕 위에 사방으로 균등한 면적을 갖는 정육면체 박스를 살짝 올려놓는 상상, 수평, 수직 모두 3x3 그리드로 이루어진 정육면체를 상상하며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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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튼호텔이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
3월호 특집은 '건축유산과 철거'입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이런 특집이 나오게 된 배경으로 '힐튼호텔 철거'에 대해 말씀드린 바 있는데요. 아직 올해가 1/4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힐튼호텔 철거는 올해 건축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것이라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오는 4월 8일에는 SPACE, 한국건축가협회, 대한건축사협회, 새건축사협의회 등의 여러 단체가 공동주최하는 '힐튼호텔과 양동정비지구의 미래 심포지엄'이 열립니다. 근대도시건축연구회와 새건축사협의회가 주최하는 '근대도시건축 디자인공모전'의 올해 주제 또한 '남산 힐튼호텔, 모두를 위한 가치'로 정해졌습니다.
👀 힐튼호텔이 어떤 건물이길래 이렇게 화제가 되냐구요?
1983년 문을 연 힐튼호텔은 건축가 김종성이 설계한 한국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건물입니다.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사무실에서 일했던 김종성이 한국에 돌아와 설계한 작업으로, 미스에게서 영향을 받아 테크놀로지를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이고 주요 미적 요소로 삼아 한국의 토양에 맞게 발전시켰습니다. 당시 국내에서 적용하기 어려웠던 알루미늄 커튼월 등 기술, 재료 면에서 새로운 도전이 이루어진 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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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사적 가치 때문에 보존해야 할까요?
물론 건축계에서 힐튼호텔 철거를 둘러싼 논의가 촉발된 것은 '건물로서의 가치'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논의가 깊어질수록 이 건물이 '한국 근현대사의 기록'이란 관점에서 보존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일제강점기에 세계 건축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잃고 있다가 그 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호랑이 굴로 들어간 몇 명의 젊은 한국 건축가들이 있었다. 첫 번째로 김중업이 르 코르뷔지에에게, 그다음으로 김종성이 미스 반 데어 로에한테 갔고, 김태수는 루이스 칸을 찾아갔는데 그가 학교를 옮기는 바람에 폴 루돌프에게 배웠다. 젊은 건축가들이 세계 건축의 중심에서 배운 것을 잘 소화해서 누가 보더라도 국제적인 수준의 완성도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몇몇 내놓았고, 그 사례 중 하나가 힐튼호텔이다. 이러한 관점은 한국의 보편적 근대사와도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 건축물에는 한 시대의 기록이라는 측면이 분명히 있고, 그 서사가 나에게는 매우 의미 있게 다가온다." - 황두진
SPACE 3월호 '건축유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좌담 중 발췌
"철골과 커튼월 생산 시스템이 없는 곳에서 미스의 공간은 펼쳐질 수 없다. 미스의 건축이 획일적이고 익명적이라면 제2차 세계대전 후 미스의 작업이 미국에 국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스식 건축의 획일성과 익명성은 자본의 보편성과 떼어서 설명하기 힘들다. 김종성 역시 1970년대 중반 동성빌딩과 효성빌딩을 설계하면서 커튼월 대량생산 기반이 없는 한국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없었는지를 파악해야 했다고 회고한다." - 박정현
SPACE 3월호 '김종성이라는 유산' 기사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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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집에 맞추어 3월호 Re-Visit 섹션에서는 공간지 216호(1985년 6월) ‘모더니즘의 진화와 김종성’ 기사를 길어올려 '김종성이라는 유산'에 대해 박정현 마티 편집장의 글로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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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귀국과 서울건축 설립 이후 김종성의 손을 거친 프로젝트의 수는 1,000개를 넘는다. 이 많은 작업은 한국의 기업 모더니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김종성의 유산을 어디까지 확대해 평가해야 할까?"
SPACE 3월호 '건축유산이 철거에 직면할 때'
👪'건축유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좌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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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가 인터뷰 시리즈 '오늘의 건축가' 14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황동욱입니다.
그의 작업은 건축, 기술, 예술을 두루 포괄하고, 형식은 공간 단위의 작업부터 가상의 이미지나 영상 그리고 리서치까지 다양한 범위를 자유롭게 오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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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욱 건축가의 인스타그램에는 돌 사진이 많은데요. 3D 스캐닝 기술을 적용한 대상을 찾다가, 다 다르게 생겼고 유기적인 형태를 가진 돌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합니다. 돌을 스캐닝하고 프린팅하는 기술을 이용해서 다른 작가나 건축가들과도 협업을 많이 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카인드 건축사사무소, 김효영 건축사사무소와 각각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두 팀 모두 작년에 ‘오늘의 건축가’ 릴레이인터뷰에 참여하셨죠! 이렇게 릴레이인터뷰의 바통이 돌고 돌아 작업이 연결되는 것을 보니 무척 반갑습니다😀 황동욱 건축가이자 작가이자 교수의 작업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링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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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Note from the Edito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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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의 습격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크게 아프진 않았지만, 컨디션 난조가 계속 되고 있어 언제쯤 원래대로 돌아가려나 걱정이 되네요.
자가격리 기간 동안 저는 드라마 2521을 몰아 보고, 목천문화재단에서 공개한 '원하는 것에 다가가는 방법들' 영상도 보고, 미스테리아 39호 '실내범죄도감'을 읽었습니다. 실내범죄도감이라니 밀실!살인!추리! 두근두근😱
미스터리, 장르소설 전문잡지인 미스테리아는 2018년에도 '건축물과 미스터리'라는 이슈를 발행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 푸하하하프렌즈 한승재 소장님이 글을 쓰신 꼭지가 있어서 무슨 내용일까 궁금한 마음에 사봤던 기억이 납니다. 39호에도 이연경 박사님 등 익숙한 필자가 계셔서 반가웠습니다.
이제껏 잘 피해오신 분들 끝까지 건강하시길 바라고, 확진되신 분들은 큰 탈 없이 무사히 넘어가시길 바랍니다🙏
from 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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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SPACE(공간)」 spacemagazine00@gmail.com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52-20,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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