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엽(에이엔디 대표)은 관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이전의 원시를 탐구합니다. 그에게 ‘날것’은 존재의 속성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편협한 인식을 깨트리는 지각의 대상인데요. 건축·예술의 역사를 살펴보면 원시에 대한 관심은 자연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자연에서 발견된 오브제가 건축이 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프로젝트 두 점과 그의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날것의 건축
글 정의엽
거주 공간과 이미지화 방식
그러나 원근법에 따른 투시도의 사실성은 보이는 것과 달리 현실 경험의 한 측면일 뿐이다. 사람의 감각기관이 받아들이는 정보는 고정된 소실점도 없고, 심리적 영향도 많아 원근법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아이의 그림이나 전통 동양화는 원근법적 투시도를 따르지 않지만 그 속에는 원근법이 담아내지 못하는 인간의 감각과 모습이 있다. 이렇게 이미지화하는 방식이 공간 경험과 밀착된 만큼, 그것은 새로운 건축 방식 혹은 거주 방식에 맞게 다시 발명돼야 한다.
회화와 건축
어떤 것은 설계가 시작되기 전에 그려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설계 중에, 그리고 때론 준공 후에 그려지기도 한다. 순서에 상관없이 그림들은 지어지고 나면 껍데기로 남는 건축의 공허감을 채우는 수단이다. 무엇을 지어도 좋지만 어떤 것도 꼭 그렇게 지어야 할 연유가 없는 상실감이 자리한 건축에 허구적인 진실이 필요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 나에게 그림은 하나의 텍스트로서 지어진 건축을 설명하기도 하고 혹은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올해의 젊은건축가상 수상자 중 또 다른 한 팀인 모어레스 건축사사무소 김영수 소장과의 인터뷰 기사가 8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언뜻 보면 딱딱하지만 그 안에 감성이 스며있어 고전소설을 좋아한다는 그는 무용함의 가치와 보이지 않는 곳의 디테일을 이야기합니다. 가치를 가늠하고 향해 가는 김영수 건축가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만나보세요.
‘오늘의 건축가’는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저마다의 건축을 모색하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기 위해 기획된 시리즈 기사입니다.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탐색하고, 고민하고 있을까요? 젊은 건축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보다는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인터뷰는 대화에 참여한 건축가가 다음 순서의 건축가를 지목하면서 이어집니다.
2023 베니스비엔날레가 지난 5월 20일 개막했습니다. ‘미래의 실험실(The Laboratory of the Future)’을 주제로 하는 이번 비엔날레에는 총 63개 국가관이 참여해 기후 위기 시대의 미래를 모색하는 저마다의 실험을 선보이는데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한국관과 국가관 전시에 대한 리뷰를 요청받고 베니스 현지를 방문한 김광수 스튜디오 케이웍스 대표의 시선을 빌려 한국관과 국가관 일부, 그리고 주제전에 대한 전반적인 스케치를 해보고자 합니다.
임형남 가온건축 공동대표가 올해 3월 새건축사협의회(이하 새건협) 회장으로 선출됐습니다. 2년의 임기를 시작한 직후인 3월 14일, 새건협은 서울시의 ‘서울링’ 건립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보도자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입장문과 성명서 등을 공표했고요. 새건협이 출범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협회 차원에서 이처럼 매달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인 행보인데요.
「SPACE(공간)」는 임형남을 만나 표절시비, 건축저작권, 설계공모, 「건축사법」 개정, 협회 의무가입 등 건축계를 둘러싼 쟁점 현안을 짚어보고 협회의 대응 및 향후 계획, 궁극적으로 건축계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들어보았습니다.
가구는 건축가의 공간에서 무엇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건축가의 관점들: 건축과 가구적 모색〉이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갤러리2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구’라는 오브젝트가 가진 의미를 건축가의 시선에서 풀어내며 건축가 박희찬(스튜디오히치 대표), 장영철(와이즈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정수진(에스아이 건축사사무소 대표)의 서로 다른 관점이 전시품을 통해 형상화된다. 전시는 8월 13일까지.
작가 서용선의 50여 년에 걸친 작품 세계에 대한 연구조사 전시 〈서용선: 내 이름은 빨강〉이 7월 15일 아트선재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내 이름은 빨강’은 오르한 파묵의 소설에서 따왔다. 회화와 화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소설 속 갈등은 스스로의 회화 세계를 모색하고 연단해온 서용선의 궤적과 유사하다. 이번 전시는 주제적 또는 장르적 측면에서 읽혀왔던 그의 작품에 선-면-형-색의 축을 더해 기존의 평가와 논의를 넘어선 해석을 보인다. 전시는 10월 22일까지.
토마스 헤더윅의 대표작들을 만나볼 수 있는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가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그간 작은 공예품에서부터 건물, 도심 환경에 이르는 광범위한 분야와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다루어왔다. 이번 전시는 헤더윅 스튜디오의 작업들을 ‘감성(soulfulness)’이라는 키워드로 조명한다. 전시는 9월 6일까지.
1980년대 서울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발 디딜 틈 없이 올라가는 건물과 아스팔트 도로 위로 달리는 자동차들, 그 안에 분주히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는 당대 사회의 면면을 다룬 전시 〈80 도시현실〉을 선보이고 있다. ‘1980년대 도시현실과 도시인’을 주제로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과 가나아트 컬렉션에서 주제에 적합한 작품을 선정해 구성했다. 전시는 2025년 5월 2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