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폭우, 경보와 참사. 재난이 일상화된 2023년 여름이다. 기후 위기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그 해결이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는 정도를 넘어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건축적 선택과 연관돼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놀랍도록 무신경해지는 것도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아마도 우리 일상의 모든 행동과 선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딜레마와 도덕적 피로감 때문이 아닐까.
(...) 건축가들은 각자 무슨 ‘건축적’ 고민을 하고 있을까. 시골에서 자연에 둘러싸여 자랐다는 정의엽(에이엔디 대표)은 가파도 해변에서 발견한 갯바위를 보고 자연이 만들어낸 ‘날것’을 아름다운 구축물로 느꼈다고 한다. 「SPACE(공간)」 8월호는 건축가의 원초적 지각을 자극한 계기 이후 작업한 세 작업을 소개한다. 바다와 건물의 경계가 뒤섞일 것을 의도한 멜팅하우스, 기암절벽을 건축적으로 재해석한 로스톤, 지각을 교란하는 2차원적인 3차원 구조체 메타박스. 설계 과정의 생각은 드로잉으로 연결되어 건축에 채 담기지 않은 아이디어를 보여주거나 다시 건축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콘크리트는 지구상에서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재료로, 그만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건축·건설 분야에서 콘크리트가 차지하는 긴 역사를 보면 다른 재료가 이를 대신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기성의 철근콘크리트보다 진보된 콘크리트는 없을까요? 근년에 독일에서는 탄소섬유 보강 콘크리트(CFRC)에 주목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기존에 CFRC가 교량이나 건축물 일부 부위에만 사용됐다면, 큐브(2022)를 지을 때는 전체 건물에 적용됐습니다. CFRC는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요?
"건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비틀린 셸은 현장타설 콘크리트로 지었다. 합판 거푸집 위에 탄소섬유 격자망을 덧씌우고 숏크리트를 분사했다. 이는 CFRC가 표현력이 뛰어나고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음을 잘 드러낸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종로구 평창동에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SeMA AA)를 개관했습니다. 2014년부터 건립 준비를 시작해 약 1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SeMA AA는 현대미술의 중요 자료를 수집, 보존, 연구, 전시하는 국공립 최초의 아카이브 전문 미술관입니다. 아카이브를 필두로 도서관, 기록관, 미술관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는 SeMA AA는 연구자를 위한 기관을 넘어 시민에게 예술을 이해하는 새로운 틀을 제공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SeMA AA의 설립 배경과 건축·공간의 구축 과정을 각각의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았습니다.
① 기록으로부터 예술을 향해 interview 정유진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과 과장
"미술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예술 경험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장소를 목표 삼고 있다. 아카이브라는 자료 자체가 독특한 예술 경험의 출발점이 되어주기도 한다. 일반적인 작품 감상의 틀을 벗어나 자연스럽게 책을 읽고 전시를 보며 범접하기 힘든 작품의 개념이 아닌, 작가가 친근하게 끄적였던 메모 옆에서 나란히 무언가를 끄적이는 일도 예술 경험이 될 수 있다."
베니스비엔날레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비엔날레가 한창입니다. 국내에서는 글로벌한 위상을 인정받은 광주비엔날레가 올해 4월에 막을 올려 7월까지 이어지는데요. 비슷한 시기 광주에서는 또 하나의 비엔날레가 열렸습니다. 마을의 기획자와 지역 예술가들이 만들어가는 축제 양림골목비엔날레입니다. 조경진은 전 세계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대형 비엔날레와 지역의 예술가들이 삶의 터전을 중심으로 기획한 작은 비엔날레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예술이 지역에, 또 도시가 예술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