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11월 창간된
「SPACE(공간)」 는 올해 11월 55살이 되었습니다👏 창간기념일을 대외적으로 크게 축하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편집부 내에서 1년에 한 번씩 그간 만들어온 잡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2018년부터 1980년대생 건축가그룹, 여성, 건축 플랫폼 등 하나의 주제에 천착하는 특집호로 창간기념호를 만들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한 해 동안 긴 호흡으로 준비해온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시간이기도 하죠. 올 한해 편집부가 고민한 주제는 '기후재난'입니다. "찜통으로 직행하는 냉동만두 한국인🥟" 폭염과 혹한을 오가는 날씨에 관한 자조적인 농담인데요.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몸소 체험하고 있고,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을 겪으면서 전 지구적 문제에 우리 모두의 행동이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지구를 위해, 또 우리 자신을 위해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등 일상생활의 사소한 습관부터 고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죠. 그렇다면 건축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고민해야 할 행동은 무엇이 있을까요? 편집부에서 우선 생각나는 질문들을 모아봤습니다.
미처 나열하지 못한 많은 질문들이 있었는데요. 건축물이 생성되고 소멸되기까지, 시공 → 운영·유지 → 철거·해체, 세 단계로 나누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질문들을 세 가지씩 고르고 다듬었습니다. 매 단계마다 현재 상황과 변화해야 할 측면을 구체적인 숫자, 그리고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들여다보고, 기후재난 속 건축이 가야 할 방향에 관한 의미 있는 시도들이 담긴 프로젝트를 함께 소개합니다. 이 질문들이 회자되면서 더 많은 질문과 경험을 공유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환경을 위한 건축의 실천 방법을 함께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번 11월호를 만들었습니다. 총 아홉 가지 질문과 아홉 개의 프로젝트는 11월 한 달 동안 vmspace.com 에서 순차적으로 공개되니, 꾸준히 관심을 놓지 말고 지켜봐 주세요. STEP 1. 시공될 때 질문 1: 우리는 얼마나 깊고 넓게 땅을 파고 있을까? 질문 2: 지금 사용하는 건축재료를 대체할 수 있을까? 질문 3: 도시 안에서 재료 생산부터 건설까지 가능한가? STEP 2. 운영되고 유지될 때 질문 1: 쾌적한 열환경을 위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가? 질문 2: 친환경 인증제도라는 댐은 잘 작동하고 있는가? 질문 3: 건물에 심긴 식물은 도시의 허파가 될 수 있을까? STEP 3. 철거되고 해체될 때 질문 1: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데에는 어떤 책임이 따르는가? 질문 2: 그 많은 건설폐기물은 어디로 가는가? 질문 3: 한국은 자재의 순환을 어떻게 뒷받침하고 있는가? Projects 포스코 체인지업 그라운드 설계 건축사무소 장윤규 + 운생동건축사사무소 + 포스코 A&C 포항공과대학교 캠퍼스를 들어오면 거대한 판상형 매스로 아래로 다양한 크기의 박스들이 붙어있는 독특한 외양의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장윤규 건축가가 디자인한 포항공대 창업 인큐베이팅 센터 '포스코 체인지업 그라운드'입니다. 내부는 6개 층 높이의 아트리움과 그 주변을 둘러싼 육면체 방들의 조합, 그리고 각 층을 연결하는 선형계단으로 구성되어, 건축물 외부의 이미지가 내부의 공간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서로아키텍츠 김정임 건축가의 해설로 건물을 더 자세히 살펴보세요. 집집마당 (서울시 공동체주택 지원허브) 설계 볼드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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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랑천 겸재교 인근 겸재로를 따라 책을 테마로 한 공동체 주택 마을 '도서당'이 자리 잡았습니다. 7개 건물에 식당, 카페, 서점 등의 상업시설, 총 38호의 주택, 공동육아 공간, 코워킹 스페이스 등의 공동체 시설이 꾸려졌습니다. 그리고 공동체 주택 지원 허브 '집집마당'이 생겨났는데요. 공동체 주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 및 상담을 통해서 공동주택의 활성화를 돕는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입니다. 1층은 서가와 라운지, 2층은 주민들을 위한 교육실, 3층은 업무공간, 그리고 옥상 텃밭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Interviews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주 시민의 쉼터로 사랑받았던 덕진공원에 지난 5월 새로운 공간이 문을 열었습니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공간 조성사업을 통해 완성된 '맘껏숲&하우스'입니다. 서울의 맘껏놀이터(2017), 군산 맘껏광장(2019)에 이어 세 번째로 탄생한 '맘껏' 공간입니다. 유니세프 사업의 총괄디자이너를 맡은 김아연 서울시립대 교수는 "주변에 숲이 많은 전주 지역의 특성을 살려 생태놀이터 성격을 강화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김아연 교수 그리고 맘껏하우스를 설계한 김헌 일상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를 만나 놀이터 조성의 배경과 작업 과정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도심 한복판에 들어선 거대한 크기의 핀볼 머신. 서울시청, 덕수궁, 대한성공회 등을 곁에 둔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의 옥상이자 지붕인 서울마루에 들어선 이 프로젝트는 박희찬 스튜디오히치 대표가 설계한 '서울어반핀볼머신'입니다. 박희찬 대표는 서울마루의 경사진 지붕이라는 물리적인 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그 특성을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모습을 상상해 '도시적인 놀이'로서 핀볼 게임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경사면 위에 놓인 색색의 다양한 오브제들은 지속가능한 재료를 이용해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사이트와 오브제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박희찬 건축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 A Note from the Editors 지난 9월 말 지순 건축가의 부고 뉴스를 작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원정수 건축가의 별세 소식이 날아와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 건축계에 안타까운 소식이기도 하고, 부부가 비슷한 시기 세상을 떠나신 것에 대해 더욱더 애틋한 기분을 느꼈다 할까요. 괜스레 센치한 마음으로 사무실 서가에 꽂힌 『원정수∙지순 구술집』(목천아카이브 한국현대건축 기록 시리즈)을 펼쳐봤습니다. 책의 맨 마지막 "마무리가 좋네"라는 원정수 건축가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by O p.240 "나는 개인 명성을 찾고 히어로가 되겠다고 한 적은 없고 항상 파트너십을 얘기했어요. 결국은 개인의 책임제죠. 내가 외부를 보면 너는 내부를 보고. 우리 둘 사이도 사실 그런 파트너십이 있어요. 작지만 둘이 공수를 나눠서 환상적으로 한 거죠. 내가 이렇게만 하고 있어도 이 사람이 방어하는 개념으로 눈빛만 봐도 알고 일을 하니 얼마나 잘되겠어요. 그 대신 일을 가지고 살립집에까지 오면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둘이 이혼하게 생겼는데 어떡해." - 원정수 p.323 "지 교수하고 나는 숙명적인 협동체로 시작해서 부딪치면서 간삼까지 왔고, S.O.M.이나 니켄세케이 같이는 안 돼도 이제 파트너십의 정착이 보인다고 느껴져요. 여러 살롱 아키텍트들의 비아냥도 있었지만, 이미 일종의 거장 아키텍트로서 가던 시대는 끝난 거죠. 찰스 젱크스가 얘기한 대로요. 간삼의 파트너십에 도달하기까지의 경험담, 실패담, 성동감, 그런 것들이 중요하죠." - 원정수 p.338-339 "저는 일양에서 조그만 사무실부터 시작해가지고 한국은행 중단된 다음에 설계를 그만둘까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 이 양반이 너무 건축, 건축 그러니까." ... "그러니까 저는 이왕 결혼했으니까 그 재미를 같이 영위하면서, 우리 간삼이 세계적인 사무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같이 협조하고 살고 싶어요. 그것뿐입니다." - 지순 "마무리가 좋네" - 원정수 💌 편집부에게 피드백을 보내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