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2세’란 말은 넘어야 할 산이 있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그 산은 태산 같은 업적을 남긴 앞세대이기도 하고, 그로 인해 끊임없이 의식해야 하는 선대와의 비교나 유명세로 손쉽게 프로젝트를 얻었다는 편견을 뜻하기도 한다. 유이화(ITM유이화건축사사무소 대표)에게 재일교포 2세 건축가 이타미 준(유동룡, 1937~2011)의 딸이라는 수식어는 넘어야 할 산이었을까, 아니면 기름진 토양이었을까?
여담이지만 오랜만에 만난 유이화는 과거와는 다른 단단함이 느껴졌다. 홀로서기 한 이에 대한 또 다른 편견이나 오해일 수 있지만 몸을 낮추며 단련하는 이가 풍기는 갑옷 같은 단단함이었다. 소위 ‘어른이 되는 과정’은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가치관과 충돌하고 도전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감히 그의 여정과 건축이 한 편의 성장 영화 같다는 단상이 들었다. 다음 만남에서는 그가 자신을 둘러싼 수식어에서 한결 자유로워진 모습이기를 기대해 본다.
연예계에 다비치가 있다면 건축계에는 플롯이! 16년 전에 영국에서 건축을 공부하며 처음 만난 김명재, 최여진 대표님은 한국에 돌아와 플롯건축사사무소를 열었습니다. 두 건축가는 ‘플롯’의 두 가지 뜻이기도 한 땅과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루는데요. ‘완공 후에도 문이 열려 있는 건물을 설계하고 싶다’는 바람처럼 활짝 열린 공공 프로젝트를 주로 해왔습니다.
"좋은 이야기란 없다고 생각해요. 이야기 자체에 좋고 나쁨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 이야기를 잘 담아내고 있는지가 중요하죠. 그래서 이야기는 구체적일수록 좋아요. 시나리오가 구체적일수록 사용자에게 알맞은 디자인이 가능하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끌어내고, 공감하고, 상상해서 공간에 잘 담아내는 것이 우리의 몫인 것 같아요."
건축에서 여성과 환경을 탐구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2001년부터 런던과 마드리드를 기반으로 연구와 교육, 실무를 병행하며 건축 작업을 이어온 이자스쿤 친칠라(이자스쿤 친칠라 아키텍츠 대표)는 생태학과 사회학, 과학 등의 분야와 접목한 다학제적 활동을 통해 기존의 건축 영역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다양한 문제들에 대안을 제시합니다. 오늘날 건축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관습적 태도와 프로세스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자스쿤 친칠라에게 그간의 연구와 작업에 대해 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