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건축 작업은 아주 복잡한 사고 체계에서 서로 얽히고설킨 채 흘러가지만 관찰과 해석, 그리고 구상의 과정이 반복 재생산되면서 실체의 본질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 같이 난해한 작업을 하는 작가를 이해하고픈 당사자로서 이 방식을 활용해본다면, 조금은 그 힘겨움 너머 서광 같은 것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복원적 태도와 수행성, 시간성과 발굴, 적정기술과 하이브리드, 일상성과 원시성, 이형과 그리드, 건축 이후의 건축과 비인칭 건축. 김광수(스튜디오 케이웍스 대표)와 정이삭, 홍진표(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 대표)의 대담에서 건져올린 열두 가지 키워드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a0100z(대표 성상우)는 설립 이후 20년째 주택 작업에 치중해온 사무소다. 집이란 무엇이고 마당이란, 문턱이란, 바닥이란 무엇이며 당신은 누구인가 끊임없이 질문하는 건축가의 성정은 주택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깨뜨리는 시도로 가닿는다. 이경아(서울대학교 교수)는 a0100z의 대전, 세종, 거창의 다섯 주택에서 내외부의 마당, 입식과 좌식 공간의 조합, 그리고 목구조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실험을 읽어낸다.
연희동에 산 지 어언 2년이 넘어가는 박지윤입니다. 가던 곳만 가는 걸 2년 동안 하다 보니 이제 단골집이라고 부를만한 가게가 꽤 생긴 것 같아요. 출근길에 자주 들리는 김밥집 사장님은 김밥을 포장해 주며 저에게 “잘 다녀와”라고 인사하고 맞은편 편의점 사장님은 제가 들어서면 알아서 제가 살 물건의 바코드를 찍고 계셔요. 이러한 소소한 온정을 나눌 수 있는 건 연희동에 사장님이 상주하는 작은 가게들이 많아서인 것 같습니다. 종업원들은 비교적 자주 바뀌니까요.
여러 단골집 중에서도 오늘은 비전스트롤 연희점을 소개해 드리려 해요. 처음에는 복숭아, 바닐라 등 커피 한 잔에서 이리 다채로운 맛이 모두, 명확하게 느껴지다니 하면서 필터 커피에 빠져 자주 갔었는데요. 지금은 익숙해진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 더 큰 이유인 것 같아요. 오전 9시에 열어서 주말 아침이면 거의 눈을 뜨자마자 책을 들고 비전스트롤로 향합니다. 커플로 추정되는 사장님들과는 아직 내외하는 사이로, 눈빛으로만 서로를 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데요. 며칠 전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가세요?”라고 사장님이 물어보셨지만, 기자답지 않게 스몰토크에 어색한 저는 어버버거리고 말았네요. 그래서 다시 ‘눈빛 암시 사이’로 돌아가고 말았어요. 그래도 저는 저 질문을 받은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내 루틴을 바라봐 주는 시선이 있었다는 뜻이잖아요. 마치 매일 오르락내리락하던 계단에 이제서야 핸드레일이 있단 걸 눈치챈 느낌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