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편집부는 올해도 매달 한 권씩 쉼 없이 열두 권을 발행했습니다. 시간이 어느새 이렇게 흘렀나 싶다가도, 1월호 표지를 고르던 순간이 아득히 느껴지는 걸 보면 마냥 빠르게만 지나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열두 권을 한데 모아보니, 더 그렇게 느껴집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올 한 해 독자들과 기자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프로젝트와 기사들을 모아봤습니다. 건축계의 주요 이슈도 타임라인으로 정리했으니 놓치지 마세요. 님의 기억에 남은 올해의 건축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지난해 딱 이맘때, 겨울이었어요. 전보림 소장님과 함께한 ‘산안마을 공동체주택’ 답사는 곱씹을수록 따뜻해요. 함께 먹고 자고 일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집집마다 잠금장치 하나 없이 옹기종기 살고 있는 모습을 보았죠. “할머니 방이 제일 예뻐”하곤 흔쾌히 침실을 열어주셨을 땐 할머니의 미소에 시선을 빼앗겨 정작 공간을 자세히 못 본 것 같아요. (웃음) 답사를 마치곤 마침 점심시간인지라 식당으로 등이 떠밀렸는데요. 정신을 차려보니 저와 소장님이 뒤집개를 하나씩 잡고 오늘 메뉴 달걀프라이를 부치고 있더라고요?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답사 현장! 덕분에 속 깊은 곳까지 따끈하고 든든해진 하루였습니다.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3시간, 렌터카로 1시간을 달리면 내수면 관상어 비즈니스 센터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상당히 큰 규모의 건축물이 산자락 사이에 수평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이색적입니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죠. 2층 전시 공간 옆에 있는 넓은 옥상정원의 콘크리트 처마 아래에서 9월의 바람을 맞으며 나각산을 바라보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일반 관람객은 방문할 수 없는 1층의 연구시설과 2층의 기숙사도 볼 수 있었는데요. 1층의 곳곳의 중정과 천창, 2층 기숙사의 나각산을 향한 발코니를 통해 자연을 적극적으로 들이는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언젠가 이런 환경에서 일해보고 싶네요.
부안의 파란곳간(BCHO 파트너스)은 회색빛 슬레이트로 덮인 창고였습니다. 쌀농사를 짓던 아버지가 남긴 이곳을 자녀들이 문화공간으로 바꾸면서 과거와 현재가 조우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죠. 옛 곳간의 구조와 재료를 최대한 살리면서 마을 안에 잘 안착한 새 식구 같은 모습이었어요. 추수가 한창이던 황금 들판을 바라보며 마음의 소요를 가라앉혔던 답사 날 풍경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던 곳입니다.
🏆올해의 에디토리얼
[에디토리얼] 굳이, 에이코랩
"4년 만에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의 프레임을 진행하면서 나도 모르게 굳이를 연발했다. 최소한의 건축적 개입, ‘건축가 없는 건축’을 표방한다는 이들의 언명이나 자연스러워 보이는 외양과 달리 에이코랩의 건축은 ‘대단한 건축적 의지’의 산물이다."
"협업을 다양하게 하는 사무소로 성장하고 싶어요. 아무래도 지역에서는 건축주의 예산 문제도 있고, 지역에 기반을 둔 디자인 스튜디오가 드물어 협업의 기회가 적어요. 같이 협업하면서 건축의 퀄리티도 높이고 지역 안에서 네트워크를 만들어 지속 가능한 작업을 계속해 나가고자 해요."
올해 SPACE 뉴스레터는 71호부터 이번 120호까지 총 50회 발송되었습니다. 최근 구독자가 부쩍 늘어서 살펴보니, 한 해 동안 구독자 수가 약 30%나 증가했더라고요. 올 한 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뉴스레터 5개도 되짚어봅니다. 주변에 많이 권해주시고요. 혹시 뉴스레터나 지면에서 만나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으면, 의견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