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계가 제기한 이번 사태의 핵심은 행정의 불투명한 용도변경 절차만이 아니라, 공공 문화공간의 운영과 관리에 대한 뚜렷한 상과 철학이 부재한다는 사실이다. 불과 개관 5년차를 막 넘긴 시설의 지속성조차 담보하지 못하는 지금, 이러한 선결 과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는 사태는 언제든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 집단과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시급한 때다.
서울공예박물관이 선보이는 <공예로 짓는 집>은 문, 바닥, 기둥, 벽, 보, 창문, 지붕이라는 건축 요소를 공예적 관점으로 재해석한다.전시는 3월 9일까지.
시간예술인 영상의 입장에서 바라본 공간예술로서의 건축은 어떤 모습일까? 전시 <건축의 장면>을 기획한 방소연(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은 유명 건축물이나 건축가에 대한 영상이 아닌, 건축가 혹은 미술가가 건축에 관해 만든 영상을 모았다. 건축을 SNS, 영화, 드라마 등의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대상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자 태도로 주목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전시는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6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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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뜨고, 고치는 일에 빠져버렸습니다. 원래도 귀여운 뜨개옷이나, 유니크하게 수선한 빈티지 옷들을 좋아했는데요. 어느 날 패스트 패션이 망치는 환경 이야기를 듣고는, 구멍 난 양말을 더 이상 버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길로 죽음의 바느질 클럽(죽바클) 워크숍의 수선 워크숍을 신청했습니다. 집에 미니 재봉틀을 마련해 두고도 좀처럼 손이 가지 않던 바느질이었는데, 알록달록한 털실이 만드는 다채로운 패턴들에 매료되었던 걸까요? 어느새 틈틈이 손바느질을 하고 있는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양말에 이어 패딩 수선까지 섭렵한 이후에는, “매번 구멍이 나는 양말을 고치는 것뿐 아니라 직접 뜰 수 있다면 더 이상 옷을 사지 않아도 되겠지?”라는 야심 찬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바로 연희동 바늘이야기에 들러 적당한 양말 도안을 찾아, 실과 바늘을 샀습니다. 사실 매년 겨울 목도리 뜨기에 도전했다가, 한 번도 목도리를 완성하지 못했던 이력이 있는지라 걱정을 했는데요. 지금은 벌써 양말 한 짝을 완성했고, 나머지 한 짝을 뜨고 있답니다. 짐작건데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도, 삐뚤빼뚤해도 괜찮다는 죽바클의 ‘치앙마이 정신’이 수선과 뜨개를 지속하게 해준 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수선이든 뜨개질이든 손을 움직이는 데 집중하다 보면, 복잡하던 생각이 날아갑니다. 스스로 무언가를 고쳤다, 쓸모 있는 것을 만들었다는 감각이 큰 위안이 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