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호랑이해가 밝았습니다. 작심삼일이라 하더라도 모름지기 연초의 이벤트 새해 목표 세우기를 빠뜨릴 수 없죠. 올해 편집부의 소소한 목표를 하나 소개하자면 '사무실 내 분리수거 잘하기'입니다. 작년 11월 '기후재난과 건축' 특집을 준비하면서 근 반년을 기후위기에 대해 스터디하다 보니 작은 실천부터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 기후변화로 인해 아이다호 감자 수급에 어려움이 있어 포카칩 생산이 멈췄다는 뉴스를 보고 너무 놀랐거든요😱 여러분은 새해 어떤 결심을 하셨나요? 2022년 첫 프레임에서는 민현준 건축가의 작업세계를 들여다봤습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2013)입니다. 미술관 설계공모 당선안의 제목은 ‘셰이프리스 미술관(Shapeless Museum)’였는데요. 이는 그가 가진 '공원 같은 건축'에 대한 아이디어를 적용한 것입니다. "공원은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에게 열려 있는 평등의 장소이다. 정해진 용도가 없으므로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기능이 유발된다. 성별이나 나이, 사회적 지위 및 경제적 능력으로 사용자를 구분 짓지 않는다. (중략)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 사용자가
정의하는 공간, 비움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담아내는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사람들의 참여와 자유로운 행위를 유발한다. 공원 같은 건축의 궁극적인 목적은 계층화된 건축 공간들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by 민현준 이러한 그의 생각은 박영석 베이스캠프(2019), 콩치노 콘크리트(2020) 등 소형 프로젝트에서도 이어집니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 영남권 교육시설(2020)을 더해 근작 3제를 남성택 한양대 교수와 함께 살피며 그의 건축세계를 자세히 알아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영남권 교육시설 "바닷가 근처 부드러운 구릉 위에서 우아한 자태를 드러내는 현대자동차그룹 영남권 교육시설은 유토피아 건축의 재림을 연상시킨다. 길이 약 270m, 폭 약 130m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의 건물 또는 건물군은,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나 프랑스의 라 투레트 수도원처럼 높은 곳에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세속을 내려다보는 모습이다." by 남성택 박영석 베이스캠프 "민현준의 건축은 대부분 직각이다. 그럼에도 건축가는 특정 형태의 어휘나 문법에 집착하지 않으며 ‘무형’의 건축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힌다. 형태 자체는 목적이 아니다. 이때 박영석 베이스캠프는 그의 작품들 가운데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직선에 기반하되 직각 체계를 탈피한 형태이며, 표준화되기 어려운 비정형 형태를 도전적으로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by 남성택 콩치노 콘크리트 "임진강 변 언덕 기슭에 자리 잡은 콩치노 콘크리트는 상자의 건축이다. 필로티에 의해 대지로부터 부유해 있고 하늘과 분리된 명확한 실루엣을 갖는 독립 오브제이다. 그런 점에서 민현준의 콩치노 콘크리트는 1920년대 중반 르 코르뷔지에가 목표로 삼던 ‘순수한 프리즘(prisme pur)’을 떠올리게 한다. 단순한 외피와 고전적 비례의 직육면체 그리고 다채로운 공간 장면들이 숨어 있는 내부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by 남성택 Interviews with Herzog & de Meuron 송은문화재단 신사옥 작년 말 도산대로에 거대한 삼각형 조각상 같은 건물이 들어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각 도시를 대표하는 여러 미술관을 설계한 헤르조그&드 뫼롱의 한국 첫 프로젝트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입니다. 피에르 드 뫼롱 공동대표, 마틴 크뉘젤 파트너와 송은에 대해 인터뷰 했습니다. 💬SPACE: 건물이 삼각형의 볼륨을 갖게 된 데에는 도시와 주변 건물의 맥락, 대지의 법적 규제의 영향이 크다고 언급했다. 대지의 제약 조건과 건물의 형태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H&deM: 우리는 주어진 규제를 장애물로 보지 않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다룰 수 있었다. 송은은 남측의 도산대로를 향해서는 높게, 북측의 근린생활시설 건물들을 향해서는 낮게 하되, 최대한의 볼륨을 가질 수 있도록 건물을 삼각형의 매스로 설계했다. 기능을 고려해 도산대로를 향한 쪽에 코어를 뒀고, 이는 남측의 파사드는 다소 폐쇄적으로, 북측의 사무 공간과 전시 공간은 넉넉한 공간을 갖추게끔 했다. 규제와 기능에 관한 조건들이 건물의 고유하고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흥미로웠다. M+ 송은아트센터가 문을 열 무렵, 홍콩에서 헤르조그&드 뫼롱이 설계한 또 하나의 미술관 M+가 개관했습니다. 2021년 11월 11일 홍콩 서구룡 문화지구에 개관한 M+는 ‘현대 시각문화’를 주제로 하는 아시아 첫 번째 글로벌 미술관입니다. 미술관의 공간을 구축한 헤르조그&드 뫼롱의 윔 월샤프 파트너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SPACE: 갤러리의 대부분은 화이트큐브지만, 일부 색다른 미감을 가진 공간도 있다. 천장-벽-바닥 전체가 대나무로 감싸진 갤러리라든가, 야외 중정 갤러리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공간들은 오늘날 미술관 건물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특히 M+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H&deM: M+는 미술만을 위한 미술관이 아니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디자인, 건축, 영상 등 시각문화를 아우르는 미술관이다. 이 건물은 다양한 종류의 전시 공간을 갖춘 일종의 플랫폼이다. 발견된 공간처럼 구조 콘크리트를 노출시킨 대규모의 갤러리부터 대나무로 모두 마감된 작은 규모의 갤러리에 이르기까지, 갤러리들은 저마다의 비율, 재료, 빛의 질 등이 다양한 공간으로 튼튼하고 유연해야 했다. 예술을 보여주는 방식, 인식하는 방식은 변할 것이고 미술관은 이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Exhibitions 💌 편집부에게 피드백을 보내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