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카페 열풍은 건축계와도 무관하지 않다. 2022 한국건축가협회 건축상 일곱 개 수상작 중 세 개가 단독 카페 건물이었는데, 철저히 상업적인 소비 공간인 카페의 대거(!) 등장에 심사위원들의 논의가 필요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SPACE(공간)」에 게재된 카페 역시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증가했다(본지 130~131쪽 참고). 상품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는 제약이 될 수도 있지만, 새로운 건축적 시도 자체가 경제적 가치로 환원될 수 있다는 양면성 때문에 카페 건축은 건축가들에게 매력적인 작업이 되기도 한다. 현대건축사를 훑어보아도 아돌프 로스나 로버트 벤투리+스캇 브라운, 알바루 시자 등 여러 건축가에게 카페는 본격적인 대표작들을 내놓기 전 건축 철학을 실험하고 연마하는 기회가 됐다(본지 26~27쪽 참고). 오늘날에도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은 도심의 카페 인테리어나 리노베이션으로 실무를 시작하는 사례가 많은데, 마치 파빌리온이 건축가들에게 건축 실험의 기회가 되는 것과 비슷하게 보인다. 「SPACE」 5월호는 이러한 ‘카페 현상’을 조망한다.
이제 카페는 우리 도시에서 주인공 자리를 차지한 듯하다. 주거나 문화시설처럼 건축가라면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대상이 된 것이다. 도시 어디에나 카페가 있고, 건축가가 공들여 디자인하는 현상. 이제 카페 건축을 우리 건축계의 중요한 장르 중 하나라고 주장해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카페텍처(cafétecture)’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이 글은 카페 건축의 유형화를 통해 카페의 세계를 이해해보려 한다. 카페계에는 생물이 진화하듯 무수한 변종이 등장했는데, 이를 몇 개의 유형으로 분류하여 그 특징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주거 건축과 비교하면 아파트라는 장르가 등장한 후 단지형 아파트, 주상복합, 오피스텔로 유형이 세분화되는 과정을 이해해야 비로소 장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조금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카페텍처의 유형(typology)’이라 부를 수 있겠다. 유형학은 카페를 설계하려는 건축가에게 유용한 정보일 텐데, 건축가들은 그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건축 유형을 개발하는 데 열정적이며 그 단서를 기존 건축 유형의 지형도에서 찾아내곤 하기 때문이다. 혹은 당신이 카페를 열고 싶은 건축주라면, 이 글에서 제시하는 유형을 따라가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