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형태에서 가치를 찾기 힘든 시대. 건축의 가치는 무엇으로 성립하는가? 「SPACE(공간)」 10월호는 세 가지 기획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유효한 건축의 방향을 성찰한다. (...)
이번 호 프레임은 조남호(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대표)의 ‘숨 쉬는 건축’이 진화하고 있는 현장을 포착한다. 파빌리온인 ‘에코로지컬 매트릭스; 숨쉬는 그물’과 ‘숨쉬는 폴리’가 개념을 선도하는 실험이라면 철근콘크리트조 건물인 이맥스시스템 사옥은 생태성과 효율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작업이다. 조남호와 비평가와 건축가, 큐레이터와 작가의 관계로 긴 시간 문제 의식을 공유해왔던 배형민(제5차 광주폴리 총감독)은 “건축이 숨 쉰다는 것은 근대건축이 추구해왔던 환경 패러다임을 뒤집는다”며, 실내 공기의 기계적 순환이 20세기의 보편적 시스템이었다면 기후변화의 시대에는 텍토닉도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조남호(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대표)는 1998년 이후부터 목구조에 천착해왔습니다. 초기에는 목구조의 구법 자체에 몰두했다면 점차 대지와 맥락에 따른 구축으로 관심을 확장해갔는데요. 팬데믹을 넘긴 지금,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해 구체적 실천을 모색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번 프레임에 실린 조남호와 그의 도전을 함께한 동료들의 이야기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동참할 것을 요청합니다.
생태환경미학의 가능성
배형민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 이병호 한국부동산원 실장 × 이주석 수피아건축 대표 × 조남호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대표
조남호코로나19 상황을 지나면서 기후문제는 사회 전체의 중심 과제가 됐다. 건설 분야에 몸담은 나로서는 환경문제가 어떻게 하면 건축의 중심 개념이 될 수 있나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윤리 의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지만 건축에서 기후윤리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근대 이전의 건축은 자연에 순응하는 건축이었고, 친환경적인 건축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 이후의 건축은 사람 위주로 전개되면서 자연과의 관계가 단절됐다고 볼 수 있다.
이병호 ‘숨쉬는 폴리’는 작은 규모지만 ‘요람에서 무덤(cradle to grave)’까지의 환경 영향을 포함하는 전 과정평가를 선도해 보여주고자 했다. 건축물에 대한 전 과정평가는 2008년부터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제정한 방법론에 따라 산출하며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일반화됐다. 반면 한국은 제도적으로 녹색건축인증 항목으로 명시돼 있으나 아직 일반화되지 않고 있다.
이주석 목조건축에 대한 관심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그에 비해 산업 구조만이 아니라 법규체계도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이율배반적인 측면도 나타난다. 목조건축 설계자, 기술자 등도 과거보다 두세 단계를 뛰어넘어 국산재로 고급 기술의 건축을 구현하려다 보니 여기서 또 충돌이 일어난다. 탄소중립도 중요하지만 일단 외산재를 쓰더라도 목조건축에 대한 기술이 향상된 상태에서 그다음 단계로 국산재 응용을 고려해봐야 하는데 (...) 개인적으로는 미비한 상태에서 맞이한 급격한 발달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도 든다.
배형민19세기와 20세기의 근대혁명 이후 불과 150년 만에 또 다른 전환기를 맞았다.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건축계는 탐색과 실험을 해야 한다. 하지만 건축과 건설 분야는 현실에서의 실험이 거의 불가능하다. (...) 한국은 대부분 탄소중립을 관료적 기준만 맞추면 된다는 식의 숫자 맞추기에 급급하다. 내 건물에서뿐만 아니라 전체 도시와 지역에서 어떻게 지속가능성이 실현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이하 서울비엔날레)는 총감독 조병수(BCHO 파트너스 대표)의 지휘 아래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을 주제로 서울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그간의 서울비엔날레가 2017년 ‘공유도시’, 2019년 ‘집합도시’, 2021년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서 살 것인가’ 등 비교적 포괄적인 주제로 서울을 조명했다면, 이번에는 서울의 정체성에서 주제를 도출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관점에서 현재 서울이 직면한 도시문제를 짚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세계 각국의 건축가들과 각 분야의 전문가, 행정기관, 시민이 모여 그려낸 서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 미래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2023 서울비엔날레가 건네는 질문과 대답을 살펴본다.
‘서울마루 공공개입’은 한국 건축계에서 주목하는 파빌리온 공모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3회차를 맞은 올해 42개 안이 제출됐는데 19개인 작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숫자다. 건축가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리포트에서는 이 프로젝트가 다른 파빌리온 프로젝트와 비교해 가진 특별한 지점을 짚어보고, 당선작 ‘식방마루’를 포함해 7월 10일 최종 심사에서 발표된 다섯 개의 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텍스타일은 건축재료가 될 수 있을까요? 유연하고 가벼운 성질을 지닌 텍스타일은 견고하고 고정적인 건축의 대척점에서 오랫동안 구축의 재료로 인식되지 못했습니다. 건축과 텍스타일을 전공하고 텍스타일을 통해 건축·공간에 개입하는 작업을 시도해온 모리야마 아카네는 텍스타일이 인테리어 요소에 머무르지 않고 건축을 이루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흔히 건강과 친환경은 느림, 불편함, 고비용 따위와 동의어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2013년부터 워싱턴 D.C. 아나코스티아에 정착해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 앤드류 린과 잭 베커(BLDUS 공동대표)는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건축자재와 시공을 주장하는 동시에 ‘빠르고 쉽고 저렴한’ 주택을 표방합니다. 건축의 과정에서 건강과 환경, 역사와 자연, 경제와 법규에까지 눈길을 두며 고유한 보폭으로 나아가고 있는 BLDUS에게 그 동력과 방법을 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