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업의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한국 근현대건축의 정점으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현대와 접점이 없는 걸작’이기도 했습니다. 수차례 변형을 거치며 원형에서 멀어졌고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어 그 실체가 다가오지 않는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60여 년이 흐른 2023년, 달라진 환경과 조건에 대응하기 위해 새 단장을 마친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공개됐습니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SPACE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건축물 중 하나입니다. 1967년 3월호에서 김중업 건축가를 특집으로 다루면서 소개한 이후, 이번 10월호까지 여러 차례 소개되거나 언급되었는데요. SPACE가 아카이브해온 주한 프랑스대사관의 생애를 담았습니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의 변화를 자세하게 엿볼 수 있는 E-매거진은 2주 동안 무료로 열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최대의 작품은 주한프랑스대사관 건축이다. 그는 여기에서 전통과 창조를 하나의 위도에서 다루었고 그의 비젼은 과학적 역학적 뒷받침을 얻어 새로운 한국의 전통을 창조했다. 중업은 이 작품으로서 한국현대건축의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셈이다." ─ 이경성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는 역시 지붕선의 처리에 상당한 신경을 썼죠. 「지붕이 사뿐히 하늘에 떠받쳐 있다」라는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던 겁니다. 전통을 살린다, 안 살린다라는 그런 속된 생각은 아예 없었던 거에요. 지붕의 문제가 나의 건축에서 중요한 여러가지 면모로 표현이 되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 입니다." ─ 김중업
"이 작품에서 우리는 최초로 소위 「한국성의 표현」이라는 명제에 접하게 된다. 그것은 60년대 중반에 있었던 「전통시비」와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 「전통논쟁」으로 인해 강요되고 왜곡된 이후의 건축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한국성의 본질에 몇 걸음 가까운 작품이며, 이런 까닭에 우리 건축계의 또 다른 명예인 「전통계승」의 추구는 이 작품에서 시작해야 할 것으로 여긴다." ─ 김봉렬
한국 현대건축, 그 이슈의 응집과 분산 프랑스대사관: 명작의 숨겨진 속살을 들추어보다 명작에 대한 반문, 태작에 대한 옹호
「SPACE(공간)」 2021년 12월호
[Re-Visit SPACE] 김중업의 주한 프랑스대사관, 그 원형에 대한 강박
글 조현정
"2022년, 신축이 마무리되면 프랑스대사관은 과거에 비해 개방성과 접근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외국 공관이라는 특성 때문에 여전히 대중의 접근은 제한되지만, 적어도 라 주테를 지나 라 투르에서 업무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김중업의 건물을 비교적 근거리에서 실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 이상 미디어의 선택적인 재현이 과거처럼 배타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프랑스대사관의 신화로서의 지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프랑스대사관은 이제 김중업만의 건물이 아니게 되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