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창간 57주년 기념호에서는 출발선이 서로 다른 두 가지 주제를 다룬다.
하나는 공공건축 설계공모 이야기다. 해묵은 주제 같지만 공적인 자리나 사적인 자리를 막론하고 건축계에서 설계공모만큼 자주 회자되는 이슈가 있을까? 2013년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개정으로 공모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설계비 기준이 점차 낮아지면서, 지난 10년간 공고된 설계공모의 총합은 6,000여 건에 달하고, 2020년 이후에는 연간 1,000건 이상의 공공건축의 설계공모가 진행되고 있다. 과연 우리 사회는 높아진 사회적 비용만큼 과거에 비해 좋은 공공건축물을 누리고 있을까? 이제 그간의 대차대조표를 뽑아볼 때다.
또 다른 특집은 민성진(에스케이엠 건축사사무소)의 아난티 프로젝트다. 민성진은 2017년 부산 기장에 완공된 아난티 코브를 통해 대규모 리조트 단지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아난티 코브보다 두 배 넓은 대지에 계획된 빌라쥬 드 아난티와 도심형 호텔인 아난티 앳 강남을 통해 도시 설계에서 건축, 인테리어를 관통하는 민성진의 진화된 건축적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호에 준비한 두 가지 기획은 공공과 민간 건축물로 일견 대척점에 서 있는 듯하다. 그러나 현대사회와 도시의 복잡성을 생각해보면 각자의 영역은 중첩되고 서로에게 참조점을 제공한다. 「SPACE」 11월호가 그런 발견과 영감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최근 여당에서 김포시를 서울로 편입하자며 ’서울시 김포구’의 가능성을 꺼냈습니다. 구리, 광명, 고양, 하남까지도 편입을 고려한다는데, 서울은 얼마나 더 커질까요?
인구와 기술을 집적하며 날이 갈수록 비대해지는 도시들. 비단 한국만의 상황은 아닙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응답으로 천의영(경기대학교 교수)은 단순한 대도시를 넘어 국가 이상의 역할을 하는 ‘메가시티(megacity)’, 그리고 이들 도시를 광범위하게 연결하며 영향력을 발산하는 ‘메가리전(megaregion)’의 관점에서 미래 도시의 가닥을 찾습니다. 그리고 서울부터 부산까지, 대한민국의 국토를 하나의 광역 거점이자 ‘원시티스테이트’로 바라보는 도시 건축 전략을 제안합니다.
"인구와 재화를 수도권으로 집중시키는 이른바 ‘빨대 현상’이 가속되고 있는 것은 적절한 지역 압축거점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각 지역별 핵심 산업을 특성화하고, 압축거점과 분산거점을 중심으로 일자리와 놀거리를 확보해야 장기적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국토 공간의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하이퍼루프와 같은 미래 교통수단이 상용화되면, 전 국토가 1시간 전후의 이동 권역이 되어 전국 어디에서나 ‘자기 위치 중심의 전국화’라는 국민적 자부심의 공간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by 천의영
스튜디오李心田心의 이윤정, 전필준 소장님을 소개합니다. 각각 순수미술, 건축을 전공한 두 소장님은 제품, 가구, 인테리어, 건축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맥락에 묶여있기보다 객체로서의 존재감을 갖는 건축 작업을 추구하는 이심전심의 건물은 기하학적인 형태를 띱니다.
"주변의 건축가들에게서 “이심전심의 디자인은 주변 맥락에 무심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기도 해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맥락에 묶여 있기보다 개성 있는 건물들이 훨씬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맥락이라는 건 목표로 삼을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죠."
박형우 비에이티 파트너스 대표를 소개합니다. 그는 6축 로봇팔을 이용한 디자인-제작 통합 시스템을 개발 및 적용하며 건축 디자인과 제작의 가교가 되려 합니다. 건축뿐 아니라 현대엔지니어링, 현대로템, 기아자동차 등 각종 산업 부문에 활용되면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지금 비에이티의 목표는 디자이너와 제작자 사이의 중간자 역할을 하는 것이에요. 디자인과 제작 사이를 막고 있던 무언가가 저희의 존재로 인해 탁 튕겨지면서 연결이 되는 거죠. (...) 디자이너는 어느 정도 독재자적 성격이 있잖아요. 독재자가 되면 중간자 역할은 제대로 할 수 없겠더라고요. 건축가가 구상한 디자인이 우리 기술로 인해 시도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의 건축가’는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저마다의 건축을 모색하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기 위해 기획된 시리즈 기사입니다.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탐색하고, 고민하고 있을까요? 젊은 건축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보다는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인터뷰는 대화에 참여한 건축가가 다음 순서의 건축가를 지목하면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