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금강산, 가평, 서울, 제주, 부산 등 자연과 도시를 넘나들며 휴양시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온 아난티. 그 뒤에는 오래 호흡을 맞춰온 건축가 민성진이 있습니다. 최근 문을 연 빌라쥬 드 아난티와 아난티 앳 강남에서 그는 규모와 주변 맥락의 차이를 넘어 고유한 건축적 유전자를 공유하는, 익숙하지만 또 다른 모습의 낙원을 완성했습니다.
그가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직관적 결정을 거듭하며 고유한 실체로 진화한 과정을 담았습니다. 2004년 준공된 아난티 남해 컨트리클럽의 모형, 지금은 사라진 아난티 금강산 등 SPACE가 기록한 아난티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그 외 치밀하게 프로그래밍된 프로젝트까지. 그가 축적해 온 경험과 다층적인 디자인 결정 과정을 들춰보는 글도 곁들였습니다.
에스케이엠 건축사사무소(이하 SKM)는 건축과 도시가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생각하며, 생명력을 가진 유기적인 도시와 건축, 인테리어를 디자인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렇다면 유기적으로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이며, 그렇지 않은 것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는 언뜻 단순한 질문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건축에서 이루고자 하는 핵심 가치는 ‘활기찬 생명력을 가진 건축’이다.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우리가 탐구하는 중요한 가치와 아이디어를 소개하고자 한다.
예컨대 빌라쥬 드 아난티와 아난티 앳 강남에는 형식적 구조, 실험적인 가치, 디자인이 결정되는 프로세스 자체에 많은 발화들이 내재되어 있다. 건축가 민성진과 대화를 나누며 이러한 주제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 하나의 질문마다 하나의 답변으로 정리할 수 없는 복합적인 이야기들이 꼬리를 물고 따라나온다. 그의 답변들은 논리적 설명, 개인적 추억, 추론적 가능성을 유유히 넘나든다. (...) 민성진에게 난간에 대한 결정이 전체 도시 조직 안에서 배치를 결정하는 일만큼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다.
도시의 이미지는 경험으로 기록된다. 5년 전, 부산으로 직장을 옮긴 지 채 몇 달이 되지 않은 지인을 만나러 갔다. 우리는 부산의 새로 생긴 건축물들을 보러 다녔고, 답사 루트에는 2017년 문을 연 아난티 코브도 있었다. 정확히는 바다를 바라보며 잔디로 덮인 산책로를 거닐었고, 이미 명소가 된 대형 북카페를 구경했다. 프라이빗 리조트 단지의 극히 일부만 경험했지만, 이후 부산 답사지를 알려 달라는 사람들에게 “가 보니 좋았다”며 건네는 추천 목록에서 아난티 코브는 빠지지 않았다. 투숙객이 아닌 이들에게 개방된 일부 공간만으로도 장소 자체를 경험했다고 느끼게 했으니 해안을 독점하지 않으면서 팬층을 확대하는 영리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